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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자본 공시, 기업의 인재 패러다임 바꾼다 | 한국경제

AI 확산과 무형자산 중심 경제로의 전환으로 기업가치에서 사람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투자자와 구직자 모두 기업이 인재를 어떻게 확보하고 키우는지 주목하고 있다.

[한경ESG] 커버스토리 - AI 시대, 다시 쓰는 인재전략 ④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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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자본 공시는 단순한 정보 공개나 규제 대응을 넘어 인재를 바라보는 기업의 패러다임을 비용 통제에서 전략적 투자와 가치 창출로 전환하는 일이다. 사람의 역량이 곧 기업의 본질적 경쟁력이 되는 인공지능(AI) 대전환기 속에서 인적자본의 체계를 구축하고 증명해 내는 것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기업의 필수적인 생존 전략이다.

이에 국제표준화기구(ISO)가 2018년에 제정한 ISO 30414(인적자본 정보공시 가이드라인)에 주목해야 한다. 인재경영 체계를 11개 영역, 69개 세부 지표로 규정하고 있다. 인적자본이란 조직 구성원이 보유한 기술·자격·경험·역량 전반을 단순한 비용이 아닌 기업가치를 창출하는 ‘자본’으로 인식하는 개념이다. 과거에도 인재를 자산으로 보려는 시각은 존재했으나 각국의 상이한 노동법과 제도로 인해 통일된 국제 기준이 부재했다.

인적자본, 감각에서 전략으로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비즈니스의 글로벌화가 심화되고 핵심 인재 확보 및 육성이 기업 경쟁력의 원천으로 부상하면서 공통된 공시 기준의 필요성이 커졌다. ISO 30414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인사·노무 체계의 투명성을 높이고 기업의 실질적 가치를 정확히 평가하기 위한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인적자본 경영은 인재(人材)를 자산인 인재(人財)로 전환하여 기업가치를 극대화하는 경영 방식이다. 경영자와 학자들은 늘 사람의 중요성을 강조해왔으며, 경영전략과 인사전략의 연계 필요성 또한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따라서 인적자본 경영을 단순히 ‘사람을 아끼는 경영’이라는 원론적 차원으로만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인적자본 경영의 핵심은 인간 존중을 ‘감각적’으로 실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략적’ 체계로 구축하는 데 있다.

경영전략에 맞추어 인재전략을 수립하고, 핵심성과지표(KPI)를 설정하며, 모니터링을 통해 계획-실행-점검-개선(Plan-Do-Check-Act, PDCA) 사이클을 가동하는 구조적 접근이 요구된다. 인재전략은 경영전략의 하위 개념이 아니라 핵심 중심축에 위치해야 하며, 이를 통해 명확한 인재 육성 방향과 전략적 투자 계획을 도출할 수 있다.

투자자도 주목하는 ISO 30414

ISO 30414가 주목받는 배경에는 두 가지 거대한 흐름이 존재한다. 첫째, ESG 투자의 확대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판단하는 핵심 투자 기준이 되었다. 이는 유엔(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도 궤를 같이한다. 특히 ‘사회’ 영역에서 기업의 인적자본 관리 수준은 주요 평가 요소로 부상했으며, 이를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표준으로 ISO 30414가 채택되고 있다.

둘째, 무형자산 중심의 기업가치 평가 패러다임 변화다. 정보기술(IT) 및 서비스 기업 등 현대 혁신기업의 가치는 유형자산보다 인적 역량과 혁신 능력에서 창출된다. 전통적인 재무제표는 가시적인 자산과 부채를 측정하는 데 유용하지만 무형의 인적자본 가치를 온전히 반영하지 못한다. 투자자들은 기업의 지속적 성장 가능성을 판단하기 위해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 수준과 관리 체계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지표를 요구하고 있다.

일본은 국가 차원에서 인적자본 정책을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국가다. 2020년 일본 경제산업성이 개최한 연구회를 거쳐 발표된 ‘인재판 이토 리포트’는 경영전략과 인재전략의 연계 방향을 명확히 제시했다. 이어 2022년 5월에는 환경 변화를 반영한 ‘인재판 이토 리포트 2.0’을 내놓았다. 2021년 6월 도쿄증권거래소와 금융청은 ‘기업 거버넌스 코드’를 개정해 상장사에 인적자본 정보 공개를 요구하기 시작했고, 2022년 8월에는 ‘인적자본 가시화 지침’을 공식 발표했다. 일본은 인적자본 공시를 개별 기업의 선택에 맡기지 않고 국가 경쟁력 강화의 핵심 전략으로 제도화하고 있다.

공시 뒤처지면 투자·채용·공급망도 불리

ISO 30414 자체는 가이드라인 형태의 국제 표준으로 법적 강제성을 띠지는 않는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 규율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이를 간과할 경우 기업은 다음과 같은 불이익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첫째, 자본시장에서의 투자 유치 한계다.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은 비재무적 지표, 특히 인적자본 데이터를 투자 판단의 주요 기준으로 활용하고 있다. 공시 체계가 부재한 기업은 자금조달 과정에서 상대적인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둘째, 노동시장에서의 인재 확보 경쟁력 약화다. 구직자들은 단순한 보상을 넘어 조직의 성장 가능성, 경력 개발 기회, 건강한 조직문화를 중시한다. 인적자본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못하는 기업은 우수 인재의 유치 및 유지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셋째,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경쟁력 저하다.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주요 시장에서 인적자본 공시 요구가 구체화됨에 따라 해외 파트너사들이 거래 조건으로 관련 데이터를 요구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ISO 30414에 기반한 표준화된 대응 역량을 갖추지 못할 경우 해외 진출 및 글로벌 거래 관계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

신경수 SGI지속성장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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