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공항 국제선 임시취항, 말이 안 된다
[무안신문=박금남 기자] 정부가 광주 군공항 종전부지에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기 위해 속도전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 광주공항 국제선 임시취항이 다시 거론되면서 국가 정책끼리 충돌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쪽에서는 광주공항과 군공항 기능을 이전·축소해 반도체 팹을 조기에 착공하겠다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다시 국제선을 띄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정책의 일관성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무안공항 활주로
무안공항 활주로
더욱이 무안국제공항이 장기간 폐쇄된 상황에서 재개항 로드맵을 명확히 제시하지 않은 채 광주공항 국제선부터 임시 재개할 경우 무안공항 정상화가 더욱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향후 군공항 이전 주민수용성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언론을 통해 광주공항 국제선이 올 연말부터 임시 운항될 수 있다는 관측이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와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국제선 취항 여부와 시기 등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국토부는 앞서 광주공항 국제선 취항설이 불거지자 “10~11월 국제선 취항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지만 최근 12월 취항 가능성이 다시 제기되면서 지역에서는 혼선이 커지고 있다.
광주공항 국제선 임시취항 논의는 무안공항 재개항이 지연되면서 다시 불붙었다.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이후 무안공항이 장기간 폐쇄되자 광주지역과 관광업계에서는 국제선 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임시취항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그런 가운데 최근 무안공항 활주로 포장면 내구성 문제까지 새롭게 불거지면서 광주공항 활용 가능성이 다시 거론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현재는 과거와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정부는 광주 군공항 종전부지를 호남권 반도체 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조성하고 조기 착공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반도체 클러스터는 광주 군공항 기능 이전을 전제로 추진되고 있어 광주공항 국제선이 다시 운항될 경우 종전부지 개발 일정과 정면으로 맞물릴 수밖에 없다.
특히 국제선이 올해 말 취항해 1년 이상 운항될 경우 2027년부터 본격화될 반도체 부지 토목공사와 기반시설 조성 일정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대규모 공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안전·보안 문제를 감안하면 공항 운항과 반도체 산단 공사를 동시에 진행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위해 군공항 기능을 2028년까지 조기에 분산·이전하겠다면서 국제선은 다시 광주공항으로 가져오는 것은 정책적으로 상충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무엇보다 무안지역에서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부분은 무안공항 정상화 문제다.
정부가 무안공항 활주로 안전 문제를 이유로 재개항 시점을 확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광주공항 국제선을 먼저 가동할 경우 ‘임시’가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광주공항에 국제선 노선과 항공사, 이용객이 다시 자리 잡으면 무안공항 보수가 끝난 뒤에도 노선을 원상 복귀시키는 과정에서 또 다른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2027년 호남고속철도 2단계 무안국제공항역 개통과 무안 국가산단 조성 등 무안공항 활성화를 전제로 한 대형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어 광주공항 국제선 재취항은 무안공항의 장기적 위상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서 정부가 추진 중인 군공항 이전 주민투표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무안군 망운면이 군공항 이전후보지로 확정된 이후 주민설명회와 의견수렴, 주민투표 등 민감한 절차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광주공항 국제선까지 재개할 경우 무안 주민들 사이에서는 “민항은 광주에서 운항하고 군공항만 무안으로 이전하려는 것 아니냐”는 불신이 커질 수 있다.
무안공항 정상화가 지연되는 상황에서 광주공항 국제선 취항이 현실화될 경우 군공항 이전에 대한 주민수용성을 높이기는커녕 반대 여론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 정부가 우선해야 할 것은 광주공항 국제선 임시취항이 아니라 무안공항 정상화 시점을 명확히 하는 일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무안공항 활주로 안전진단 결과와 보수 범위, 공사 기간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언제까지 공항을 정상화하겠다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안공항 활주로 안전진단 결과는 9월11일께 공개될 것으로 알려졌으며 결과에 따라 재개항 시점과 광주공항 국제선 임시취항 여부도 가닥이 잡힐 전망이다.